"다 캐논이네요" 이재용 숙원 카메라 사업, 이미지센서로 채운다

정길준 2023. 1. 30.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보스포럼서 카메라 사업 아쉬움 담은 한 마디
1979년 필름 카메라 시작으로 미러리스까지
스마트폰 확산에 2017년 생산·판매 중단 결정
대신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일본 소니와 격돌
초고화소 시장 독점…2억 화소 시대 '활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아메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나를 찍는 카메라를 보니까 다 캐논 아니면 소니네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8일 다보스포럼 '한국의 밤' 행사가 열린 스위스의 아메론 호텔에서 취재진을 보며 한 말이다. 이 회장의 한 마디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지만, 오래전 철수한 카메라 사업의 아쉬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카메라는 삼성전자가 손을 대고도 재미를 보지 못한 몇 안 되는 사업이다. 하지만 카메라의 눈인 이미지센서에서는 매년 화소를 업그레이드하며 일본의 선도 기업를 추격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초의 삼성 카메라는 1979년 일본 미놀타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만든 필름 카메라 '하이매틱-S'다. 1997년에는 독자 브랜드를 입힌 국내 최초 디지털카메라 '케녹스 SSC-410N'을 선보였다.

2000년대에 들어 보급형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브랜드 '블루'를 론칭한 데 이어 전문가용 시장을 겨냥한 미러리스 'NX' 시리즈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후발주자의 위치에서 일본 기업들과 협업해 기술력을 쌓아 자체 브랜드로 경쟁력을 인정받는 데 성공했지만, 스마트폰이 일상 속 사진·영상 촬영 도구로 자리매김하면서 카메라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결국 2017년 디지털카메라 생산·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2015년 3월에 시장에 나온 'NX500'이 마지막 삼성 카메라가 됐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내놓은 디지털 카메라 'NX500'. 삼성전자 제공

2018년 재계 대표 자격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방북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삼성전자가 2012년 출시한 콤팩트 카메라 'EX2F'를 들고 다니며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록 카메라 사업은 철수했지만 삼성전자의 '눈'은 모바일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스마트폰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일본 소니가 매출 기준 54%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1위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5%포인트 증가했다.

2위는 29%의 삼성전자다. 전년보다 1%포인트 줄었다. SK하이닉스는 5% 미만에 그쳤다. 중국은 옴니비전(7% 미만)·갤럭시코어(5%) 등 기업들을 다 합해도 12%에 불과하다.

소니는 애플이 '아이폰14' 프로·프로맥스 모델에 새로운 4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탑재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기기당 6달러 이상, 전체 3억 달러 이상의 관련 매출을 추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2억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2'.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화소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1억 화소 이상 센서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내달 2일 베일을 벗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3' 울트라 모델은 2억 화소 시대를 활짝 열 전망이다.

0.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픽셀 2억개를 탑재한 '아이소셀 HP2'는 전하 저장 용량을 이전 2억 화소 제품 대비 최대 33%높여 화질을 개선했다. 전하 저장 용량이 높아지면 각 픽셀이 더 많은 빛을 활용해 풍부하게 색을 표현한다.

어두운 날씨 또는 실내와 같은 저조도 환경에서는 인접 픽셀을 묶어 수광 면적을 확보해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북한을 방문한 2018년 9월 평양의 한 식당에서 삼성전자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모습. 연합뉴스

이렇듯 스마트폰 이미지센서 시장은 전체 매출의 83%를 책임지는 삼성전자와 소니가 당분간 주름잡을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의 2억 화소 라인업과 소니의 5000만 화소 센서가 프리미엄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고객사 재고 관리에 따른 매출 감소에도 카메라 시스템이 여전히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서라운드 뷰 모니터와 후방카메라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차량용 이미지센서를 출시하는 등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