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 러시아에 무기 지원?…'게임 체인저' 되나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러시아를 방문해 지난 22일 푸틴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인 24일에는 중국 외교부가 12개항으로 구성된 자국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등 서방을 중심으론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최근 잇따라 제기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기다린다"고 말했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시진핑 주석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의 비중이 갑자기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시진핑, '러시아 동맹' 벨라루스 대통령 초청
벨라루스는 대표적인 러시아의 우방입니다. 러시아를 도와 참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30년 가까이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지난해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벨라루스를 전진 기지로 제공했습니다.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가 벨라루스의 참전을 종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폴란드 접경지역의 정세 악화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지역 연합군'을 창설한 상태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벨라루스의 침공에 대비해 벨라루스와의 국경 지역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서방 "중국, 중재자 자격 없어"…러시아 "환영"
앞서 중국이 야심 차게 발표한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입장문에 대해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12개항으로 된 이 문서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직접 대화 조기 개시, 핵무기 사용·위협 금지, 최종적 전면 휴전에 도달, 미국과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 중단 등이 담겼는데, 중국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미국 등은 중국이 외견상 중립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판, 러시아군에 대한 철군 요구가 중국 입장문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일부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휴전에 들어가면 결국 러시아에 득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입니다. '중국은 진정한 중재자가 아니다', '중재할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가 서방 국가들에게서 터져 나왔습니다. 러시아는 "평화적 해결에 기여하려는 중국의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반겼고, 반대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만 이익을 안길 수 있는 비합리적 생각"이라고 중국 입장문을 깎아내렸습니다.
중국 대러시아 무기 제공설 급부상…중국의 선택은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것이란 보도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CNN은 24일 "중국이 러시아에 드론과 탄약 등을 제공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가격 등에 대해 협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독일 슈피겔은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자살 공격용 드론 100대를 오는 4월 러시아에 인도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대포를 제공하는 방안도 러시아와 논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관련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겁니다.
중국은 겉으로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일축했습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중국에 대한 모욕이자 먹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지원 요청을 중국이 언제까지나 외면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갈수록 전황은 러시아에 불리해지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직접 방문해 무기 지원 강화를 공언했으며, 유럽 여러 정상도 속속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독일의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2 전차도 우크라이나에 처음 도착했습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중국에 미사일과 드론, 장갑차 등의 지원을 계속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다면 미국에 맞선 두 나라의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갚아야 할 큰 빚을 지는 셈인데, 시 주석은 나중에 타이완을 침공하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이 빚의 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경제와 외교적 고립입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을 '레드 라인'으로 설정한 상황입니다.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해당 기업은 물론 관련 은행까지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3년간의 코로나19 봉쇄를 끝내고 이제 막 경제 회복에 나서려는 중국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은 중국과 미국이, 또 중국과 유럽이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교수는 이어 "러시아의 패전과 푸틴의 몰락이 중국에 초래할 재앙적 후과를 차단할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의 패배를 묵인하는 대가로 미국, 특히 유럽과 관계 개선에 나서 경제 회복을 추진할 것인지 양자택일의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외교가에선 오는 4월쯤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전후해 중국의 선택지가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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