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사망 트라우마…'산더미 국화' 리커창 추모에 中 전전긍긍
생가·근무지 주변 추모인파, 당은 반정부 정서 우려
중국 장례문화는 한국과 비슷하다. 조의를 표할 때 흰 국화와 노란 국화를 섞어 사용한다. 지난 27일 새벽 돌연 사망 소식이 전해진 리커창(李克强) 전 중국 총리(국무원 총리)의 안후이성(安徽省) 허페이(合肥) 생가와 근무지 주변은 30일 현재 흰 국화와 노란 국화의 바다다. 정부 차원에서 추모일정을 정한 것도 아닌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많은 추모객으로 인산인해다.
그가 44세 최연소 성장(주지사)으로 취임해 6년을 복무한 허난성(河南省) 정저우시(鄭州市) 시내 광장에도 꽃다발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인근 꽃 시세가 평소의 세 배라는 현지 보도가 나올 정도였지만 추모객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의 전 성장을 추모했다. 리커창이 설립한 경제개발지역인 정동신구 광장도 추모객들로 북적였다. 리커창을 추모하는 중국 과학단체들의 추모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틱톡의 중국 국내판인 더우인 지역언론 계정은 리커창에 대한 각계각층의 추모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추모 여론은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수없는 사람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모여 리커창을 추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사실상 추모 통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별 소용이 없어 보인다.
수영을 하다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중국 정치 2인자 리커창. 사망을 둘러싸고 분명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최근 중국 정치사에서 한 정치인의 죽음에 이렇게 범국민적 애도 분위기가 형성된 경우는 없었다는 거다.
첫 번째는 국무원조직법 개정이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지난 20일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국무원조직법 개정 초안을 심의했다. 개정안은 중국 국무원(행정부)이 공산당의 지도 아래 있음을 못박는 내용이다. 개정안 3조는 '국무원은 중국공산당의 지도를 견지한다'고 적고 있다. 개혁개방 시점에 제정돼 41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국무원조직법에 '당'이 등장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행정부가 공산당 그늘에 있다는 건 상식이지만, 그늘을 법으로 명시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공식적으로 국무원은 행정부를 대표해 국가권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이제 법으로 그게 금지된다. '당→전인대→국무원'으로 하방하는 정치적 서열이 명확해진다. 여기서 당은 곧 시진핑이니까, 리커창처럼 시진핑의 정책에 대놓고 쓴소리를 하면 이제는 법 위반이다.
두 번째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의 경제분야 전권 장악이다. 리커창의 후임인 리창 총리에 이어 국무원 2인자인 허리펑은 시진핑의 경제 책사다. 허리펑이 지난 29일 프랑스 대통령 외교자문관을 접견했는데, 관영 신화통신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재정경제위원회 판공실 주임'으로 소개했다. 이 직함이 공식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종종 이런 식으로 슬쩍 인사발표를 한다.
중앙재경위는 중국공산당의 경제총괄기구다. 시진핑이 집권 2기인 2018년에 권력을 당에 집중하기 위해 중앙재경영도소조의 급을 올려 창설했다. 판공실 주임은 총 주임인 국가주석(시진핑) 바로 아래다. 시진핑의 경제오른팔이 행정부와 당의 경제라인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의미다. 경제정책에 있어 시진핑은 이제 본인의 거의 모든 의지를 총리를 건너뛰고 집행할 수 있다.
정치·경제적 헤게모니 강화는 고도성장기엔 강력한 드라이브를, 경기하강기엔 통제와 단속을 의미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0~31일 전국금융공작회의를 주재한다. 1997년부터 5년에 한 번 꼴로 열리던 회의인데 2017년에 이어 무려 6년 만에 개최된다. 금융과 산업 관련 전례 없는 통제 강화방안이 나올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정책상황과 일목요연하게 이어진다.
시진핑의 경제정책에 틈 날 때마다 쓴소리를 했던 리커창은 동전의 양면이다. 중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리커창이 부각됐다. 이제 고인이 됐으니 더 자주 호출될 거다. 불만이 끓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리코노믹스(리커창+이코노믹스) 소구도 폭발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중국 공산당엔 이미 2인자 사망의 트라우마가 있다. 1976년 저우언라이 총리 사망 후 문화대혁명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4.5운동)되는 가운데 1987년 후야오방 총서기까지 사망하며 그 해 6월 결국 톈안먼 시위가 벌어졌다. 신임이 두터운 정치인의 죽음은 언제든 반정부 여론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데 대한 학습이 돼 있다.
반정부 시위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2019년 홍콩에서 시위대가 시진핑 퇴진을 요구하며 벌였던 '노란우산' 시위와 2022년 코로나19 봉쇄를 계기로 공산당과 시진핑을 반대하며 상하이에서 시작돼 중국 본토로 확산된 '백지시위'가 있었다. 리커창을 추모하는 노란 국화가 노란우산 시위로, 흰 국화가 백지시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공산당의 최우선 과제다.
공산당의 속내는 복잡하지만 리커창은 죽었고 시간은 흐른다. 장례식을 치러야 한다. 사망 일주일을 맞는 오는 11월 3일 중국 정부가 조용히 장례를 치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30일 현재까지 중국 언론을 주도하는 관영언론들은 리커창 장례에 대해 일체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베이징 시내 골목 곳곳엔 순찰 공안 병력이 부쩍 증원 배치됐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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