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안드로이드 메시지 장벽 허물까…EU '아이메시지' 규제 검토

윤현성 기자 2023. 11. 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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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유럽 통신사와 함께 EU에 아이메시지 DMA 적용 요청
DMA 적용 시 타 RCS 플랫폼과 호환돼야…내년 2월 결론
애플 기기 전용 메시지 기능인 '아이메시지(iMessage)'와 일반 SMS./MMS.. (사진=애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이르면 내년 초 애플과 안드로이드의 메시지 플랫폼 연동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아이메시지를 디지털시장법(DMA) 대상 플랫폼으로 지정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플랫폼 연동이 이뤄진다면 다른 규격으로 인해 나타났던 전송 오류, 사진 화질 저하 문제 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유럽의 주요 통신사들과 손잡고 EU 집행위원회(EC)에 아이메시지를 DMA 핵심 플랫폼 서비스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구글과 함께한 통신사는 영국 보다폰, 독일 도이치텔레콤, 스페인 텔레포니카, 프랑스 오렌지 등이다.

EU는 지난 9월부터 DMA 규제 대상 기업을 확정하고 약 반년 간의 유예기간을 시작했다. DMA 적용 대상이 되는 게이트키퍼 기업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 등 6곳이다.

DMA 적용 대상은 EU 내에서 연매출 75억 유로 이상, 시가총액 또는 시장가치 750억 유로 이상, 월간 이용자 4500만명 이상, 최소 3개 회원국에서 서비스 제공, 연 1만개 이상 이용사업자(입점업체) 보유 등의 기준을 충족한 기업들이다.

이 기준을 충족한 기업들은 게이트키퍼로 지정돼 제3자 서비스와 상호 운용을 허용해야 하고, 자사 플랫폼 외부에서도 입점업체들이 자체 사업 홍보나 계약을 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 입점업체가 플랫폼 이용 시 생산되는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구글과 유럽 통신사들은 애플의 아이메시지를 DMA의 대상인 핵심플랫폼 서비스로 봐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타의 페이스북, 바이트댄스의 틱톡처럼 애플이 아이메시지로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다른 플랫폼들과 폐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애플은 아이메시지가 EU 내에서 4500만명의 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맞서고 있다.

구글과 통신사들이 이처럼 애플을 압박하는 것은 구글과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가 채택한 차세대(3세대) 문자 규격인 'RCS'를 애플 생태계에도 이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께부터 전세계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RCS는 이용자 간 무료 텍스트 전송, 5MB 이하 파일 무료 전송, 보내기 취소, 그룹 채팅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종단 간 암호화가 적용돼 이용자 간 보안을 강화할 수 있고, 마치 카카오톡처럼 와이파이 환경에서 메시지나 사진 등을 주고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삼성전자, 구글 등 안드로이드 폰에서는 이미 RCS가 완전히 정착한 상태다.

하지만 애플은 자체 메시지 규격인 아이메시지를 고수하고 있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맥 등 애플 제품끼리만 연동된다. 같은 통신망을 쓰더라도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폰과는 기능이 연동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애플은 아이메시지가 높은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애플과 비(非) 애플 제품이 문자를 주고받을 경우에는 2세대 규격인 SMS·MMS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로 인해 아이폰으로 안드로이드폰에 사진·동영상 등을 보낼 경우 화질이 저하되거나 특정 환경에서는 아예 전송조차 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더해 아이메시지는 파란색 말풍선, SMS/MMS는 초록색 말풍선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UI(이용자 환경)까지 적용돼있다.

구글은 RCS 도입 이후 수년째 애플에게 RCS 채택을 촉구해 왔지만 애플은 RCS는 애플의 우선순위가 아니고 아이폰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기능도 아니라며 선을 그어왔다. 기업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자 구글과 통신사들이 EU의 힘을 빌려 애플 압박에 나선 셈이다.

EU는 DMA 유예 기간이 시작된 지난 9월부터 게이트키퍼 기업들의 DMA 준수 여부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와 함께 아이메시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는 아이메시지가 애플 수익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가정 하에 조사에 나섰다. 특히 애플의 아이메시지 사용자 규모, 기업의 아이메시지 의존 정도, 아이메시지가 애플 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판단하고 있다.

DMA 규제가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만큼 EU 집행위는 2월까지 아이메시지 조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EU가 아이메시지를 DMA 적용 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그간 안드로이드와 애플 사이의 파랑 말풍선-초록 말풍선 문제가 완전히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EU가 11년 간 이어진 애플의 라이트닝 규격 고집을 꺾고 아이폰에 USB-C를 탑재시킨 만큼 이번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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