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CIO “올해는 ‘산타 랠리’ 없다”

홍준기 기자 2023. 11. 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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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AI주는 과열 양상, 단기적인 가격 조정 국면 들어갈 수도”
“5~8개월 기다려 내년 하반기 돼야 주가 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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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지난 10월 장중 연 5%를 넘어섰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월 27일 4.39%까지 떨어졌다.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금리 인상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기대가 커지며 국채 수익률이 하락했다. 투자자들의 기대도 커졌다. S&P500 지수는 10월 27일 이후 한 달간 10% 이상 올랐다.

이대로 연말을 지나 내년까지 쭉 훈풍이 계속될 것인가. WEEKLY BIZ는 향후 글로벌 증시의 흐름을 점쳐보기 위해 모건스탠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마이크 윌슨을 화상으로 만났다. 월가를 대표하는 약세론자답게 윌슨 CIO는 “증시를 둘러싼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5~8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는 신중론을 폈다. 모건스탠리에 33년간 몸담아온 윌슨 CIO는 지난해 미국 증시 약세를 예측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금융 전문 매체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의 기관투자자 조사에서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최고의 포트폴리오 전략가’로 뽑혔다.

◇ “올해 ‘산타 랠리’ 기대 말라”

올해 미국 증시가 선전한 이유에 대해 윌슨 CIO는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이어갔고, 부채 한도 협상 이후 유동성 공급도 많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은행을 포함한 일부 지역은행 파산으로 연준이 충분한 긴축을 이어가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고 했다. 애플, 엔비디아,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같은 소위 ‘매그니피센트 7′ 종목들이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며 전체적으로 증시를 끌어올렸다.

윌슨 CIO는 이러한 상승 흐름이 계속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올해 말 미국 증시에는 산타클로스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연말에 주가가 오르는 ‘산타 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윌슨 CIO가 “5~8개월은 기다려보라”며 연말은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도 침착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미국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지난 가을 미 의회에서는 임시 예산안이 가까스로 통과되면서 정부가 겨우 ‘셧다운’ 위기를 넘겼다. 두 번째로는 여전히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윌슨 CIO는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고 노동 시장 과열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준이 매파적인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며 “높은 이자 비용과 인건비 때문에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내기 어려워 일부 에너지주·기술주를 제외하면 실적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유가 불확실성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최근 중동에서의 전쟁과 산유국의 감산 조치가 있을 때마다 유가가 요동치고 있는 중이다. 윌슨 CIO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가면 경기 침체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며 ”경기 확장 국면이 끝날 때 유가가 상승하는 흐름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 “내년 하반기부터 증시 살아난다”

스스로에 대해 윌슨 CIO는 약세론자가 아니라 신중론자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2017년 증시 호황을 예측한 몇 안 되는 월가 애널리스트였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증시가 부진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하반기부터는 순풍을 탈 것으로 내다봤다.

윌슨 CIO는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해 2026년까지는 미국 주식이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와 동료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하반기 강세장이 펼쳐질 경우 S&P500 지수가 5000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2020년부터 미국 증시에서 짧은 호황과 불황이 빈번하게 반복되는 ‘붐(Boom)-버스트(Bust) 사이클’이 시작됐다”며 “호황기에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서 충분히 수익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윌슨 CIO가 눈여겨보고 있는 주식은 소재, 에너지, 금융 부문의 일부 종목이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위축되어 있던 소형주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했다. 그는 “내년은 모두가 다 아는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증시의 ‘새로운 승리자’를 발견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내년에 시장 여건이 개선되면 개인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을 권한다고 윌슨 CIO는 말했다. 그는 “내년 증시 저점 통과 이후에는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계좌 내에서 현금 비중을 줄이고 주식 비중을 더 늘리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고 했다.

윌슨 CIO는 앞으로 신흥국 증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달러 강세가 계속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흥국에서는 미국에 비해 수요가 더 회복될 여지가 있고, 돈을 더 빌려서 풀 여력도 상대적으로 많다”고 했다.

◇ “AI 개발사보다 활용 기업에 주목”

올해는 AI(인공지능) 종목이 뉴욕 증시의 불쏘시개였다. 엔비디아는 올해만 200% 넘게 올랐다. AI주 열풍에 대해 윌슨 CIO는 “장기적으로는 좋은 테마인 건 맞지만 다소 과열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가격 약세가 찾아올 수 있다”며 “아직은 투자 단계이기 때문에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 효과를 당장 내년에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AI주가 전기차 종목과 비슷하다고도 진단했다. 윌슨 CIO는 “전기차 생산은 계속 늘어나겠지만 우리는 전기차로 돈을 버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제2의 테슬라’를 표방한 회사들 가운데 주가가 추락한 사례가 적지 않다.

윌슨 CIO는 “AI를 직접 개발하는 기업보다 이를 의료·교육·제조에 활용하는 기업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과거 인터넷망 구축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했던 기업 중에는 단기간 주가가 달아올랐던 사례가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폐업했거나 20년이 넘는 기간에 좋은 실적을 보여주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1990~2000년 사이 주가가 800배 넘게 올라 미국 수익률 1위였던 AOL(아메리카 온라인)은 현재는 사라진 회사다.

윌슨 CIO는 지금의 빅테크 기업들이 인터넷망을 잘 활용하면서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구축해 성공을 거둔 사례라는 점을 주목하라고 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AI 역시 이를 잘 활용해 사람들에게 새롭고,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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