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이시원 “배우 데뷔 반대했던 부모님…후회 전혀 없어요”[EN:인터뷰②]

황혜진 2024. 1.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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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시원, 이엘미디어 제공
사진=이시원, 이엘미디어 제공
사진=이시원, 이엘미디어 제공

[뉴스엔 황혜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이시원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13년 차 배우다. 혹자에게는 결혼정보회사 광고 모델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에서 두각을 드러낸 '뇌섹녀'(뇌가 섹시한 여성)로 익숙할 수 있지만 지난 12년간 이시원이 뿌리를 두고 성장해 온 터전은 줄곧 브라운관과 스크린이었다.

이시원은 2012년 KBS 1TV 사극 '대왕의 꿈'을 필두로 SBS '신의 선물-14일', tvN '미생', OCN '닥터 프로스트', SBS '달려라 장미', KBS 2TV '후아유-학교 2015', KBS 2TV '부탁해요, 엄마', SBS '애인 있어요', MBC '아름다운 당신', KBS 2TV '슈츠',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tvN '아다마스'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스펙트럼을 부지런히 확장했다.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면 장르와 캐릭터, 분량을 가리지 않고 망설임 없이 도전한 성장형 배우이기도 했다.

1월 14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 역시 이시원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마에스트라'는 전 세계 단 5%뿐인 여성 지휘자 마에스트라이자 천재로 불리는 지휘자 차세음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다뤘다.

이시원은 차세음이 이끄는 더 한강필 오케스트라 단원 이아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아진은 엄한 부친 아래서 반듯하게 자라 일탈이라고는 해본 적 없던 호른 연주가. 이아진으로 분한 이시원은 부단한 연습을 토대로 호른 연주가의 삶을 실감 나게 그렸다. 특히 차세음 남편인 작곡가 겸 대학교수 김필(김영재 분)과 불륜을 저지르는 설정을 소화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핵심적 역할을 톡톡히 했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12일 뉴스엔과 만난 이시원은 "아진이를 연기하면서 저만큼은 아진이의 최아군이 돼야 한다고, 아진 자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진이로서는 '사랑은 죄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진이에게 몰입해 연기할 때만큼은 왜 우리 사랑에 방해물이 생기고 왜 우리 사랑을 응원해 주지 않는지에 대한 억울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아진이로서 '내 사랑은 사랑일 뿐인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초반부터 아진을 버리는 김필의 모습을 보면서 원망스러웠지만 아진은 그래도 사랑했던 것 같다.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이아진은 극 후반 출산을 결심했지만 김필에게 아빠 자격이 없다며 결별을 고했다. 만약 이아진이었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냐는 물음에 이시원은 "아진이는 모성애가 더 강한 사람이었다고 본다. 결국에는 이 아이를 책임지지 않을 김필을 떠나 아이한테 더 큰 사랑을 느꼈고, 그래서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지만 못 믿고, 원망하게 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진에게는 김필이 그런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김필에게 고한 아진의 작별은 일종의 방어기제이자 모성애를 가진 여성으로서 아이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시원은 호른 연주가 이아진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하기 위해 호른 연습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시원은 "지난해 1월 연습을 시작해 일주일에 한 번씩 레슨을 받았다. 촬영이 있을 때는 그 전날 또 레슨을 받았다. 호른이 이렇게 어려운 악기인지 처음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 뽑혔더라. 처음에는 소리 내는 것이 어려웠고, 나중에는 정확한 음을 꾸준히 내는 것이 어려웠다. 연습을 많이 하더라도 음 이탈이 날 확률이 굉장히 높은 악기라 호른 연주가가 스트레스 많이 받는 직업, 수명이 짧은 직업이라고 하더라. 연기도 연기고 캐릭터도 캐릭터였지만 호른 연주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쉬워 보일 수 있지만 호른을 부는 분들은 호흡만 봐도 제대로 부는지 아닌지 아실 거라고 생각해 더 열심히 연습했다. 마지막 촬영 때는 드디어 호른 연습을 안 해도 된다는 쾌감을 느꼈을 정도"라며 웃었다. 이시원은 "이번 드라마 역할을 계기로 호른을 취미로 배워 보려고 했는데 취미로 삼을 악기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오케스트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악기라는 사실도 이번 작품을 통해 알게 됐고, 이젠 공연을 볼 때 호른만 본다"며 "오케스트라 단원 역할을 맡은 배우 분들 모두 한 번 합주하면 살이 빠질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 다들 살이, 기가 빠질 정도 열심히 했다"고 회상했다.

'마에스트라'는 이영애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시원은 "한국의 톱 배우이자 우아함의 상징인 선배님과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영광이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배님이다. 배우의 꿈을 꾸면서 선배님이 출연하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친절한 금자씨' 등을 봤다. 두 작품은 정말 몇 번을 봤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봤다. MBC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자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료들에게 이영애는 어떤 배우였을까. 이시원은 "정말 친절하고 우아하고 좋은 선배님이었다. 제가 김영재 선배님에게 농담처럼 '이영애 선배님처럼 우아하게 살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여쭤 본 적이 있다. 김영재 선배님이 웃으면서 농담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지 않을까'라고 하셨다. 그리고 '넌 너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괜찮다'라는 말을 해 주셨다. 정말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선배님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저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오케스트라 단원 역할을 맡아 준 분들 중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악기를 연주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그분들에게는 촬영장이 낯설 수 있고, 오랜 촬영 시간이 힘들었을 수도 있다. 이영애 선배님이 항상 다가오셔서 잘 부탁드린다며 힘을 주셨고 응원해 주셨다. 이영애라는 존재가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가 항상 감사했고 덕분에 저도 더 힘내서 연기하고 연주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영재와 호흡도 더할 나위 없었다. 이시원은 "김영재 선배님과 함께한 촬영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유머러스한 분이다. 쉴 때 건넨 농담들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다. 사람 자체가 참 포근한 분이구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분이구나 싶었다. 촬영장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시는 토끼털 같은 보드라움이 있는 분이었다. 신을 만들어갈 때 상대 배우를 배려해 주고 편안하게 해 주는 선배님이었다"고 말했다.

이시원은 갑진년 데뷔 13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12년을 되돌아봤을 때 목표대로 잘 달려온 거 같냐는 물음에 그는 "아직도 모르겠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아직 배워야 할 것들도 많고 해야 될 것도 많다고 느낀다. 하지만 지금까지 굉장히 감사했고 스스로에게도 잘 버텨왔다고 말해 주고 싶다. 제가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조연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주연을 했다면 한 작품을 찍고 쉬고 그랬을 수도 있었을 텐데 조연이었기에 다작이라는 장점을 누릴 수 있었던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이어 "처음에는 연기가 하고 싶어서 시작을 했다. 누가 저한테 배우로서 꿈이 있냐고 물어보면 일단 전 제 앞에 온 걸 잘해내는 게 저한테 항상 큰 과제였다. 막 무엇인가 허상을 쫓기보다 일단 나한테 주어진 것, 이번주, 오늘까지 잘 살아 내고 잘해내는 게 제 목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쉬지 않고 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단계 한 단계 계단을 밟아가며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출신인 이시원은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올라운더다. 그만큼 연기자가 아닌 다른 선택지들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이시원은 "배우로 데뷔한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원래 후회를 잘 안 하는 편이고 후회를 해 봤자 바뀌는 것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후회하면 오히려 본인 손해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제 일에 굉장히 만족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잘해 온 것에 대해,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대견하다고 느낀다. 어떻게 보면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길을 간 거니까 그런 면에서 참 열심히 노력해 왔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고 답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뤄 낸 꿈이기도 하다. 이시원은 지난해 12월 13일 방송된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서 이웃사촌인 배우 차인표의 조언 덕에 반대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시원은 "배우 데뷔를 부모님이 많이 반대하셨다. 저희 집안에 연예계 종사자도 없고 부모님은 관심도 없다 보니까 당연히 반대를 하셨고 반대 기저에는 사실 걱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제가 부모님께 했던 말이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는 거였다. 무조건적으로 부모님 말만 따르고 살면 그것이 어머니 아버지가 바라는 자식의 모습은 아니지 않냐고 말씀을 드렸고 그래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차인표 선배님 조언은 배우 데뷔를 반대하던 어머니의 마음을 돌려줬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듣고 알게 됐는데 아버지 같은 경우 5년 넘게 제가 무엇을 하는지 주변 분들에게 아예 말을 하지 않으셨다고 하더라. 지금은 어머니, 아버지 모두 긍정적으로 봐주신다. 이미 12년이 지났는데 뭐 어쩌겠나. 그냥 제가 잘 살길 빌어 주시고 있고, 무엇보다 제가 즐겁게 일을 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마음을 돌리신 것 같다. 제가 제 일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도 완벽하게 설득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시원은 지난해 가을 '데블스 플랜'에서 서울대 출신다운 빼어난 두뇌 플레이는 물론 목표를 실현하고자 하는 집념과 승부욕, 지략으로 3위를 기록했다. 배우 하석진을 우승으로 이끈 키 플레이어 역할도 했다.

'데블스 플랜' 출연 후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이시원은 "많은 분들이 시청해 주셨다는 걸 직접적으로 체감했다. 예전에 절 알아보시는 분들은 약간 연령층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굉장히 다양한 연령층의 분들이 알아봐 주셨다. 얼마 전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는데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셨다. 휴대전화로 번역해 싱가포르에 온 걸 환영한다고 한국말로 편지를 써 준 분도 있었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확실히 넷플릭스, 그리고 '데블스 플랜'이 글로벌하게 시청된 프로그램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2023년 예능과 더불어 드라마를 통해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은 만큼 2024년 행보에 대도 한결 많은 팬들의 이목이 쏠려 있는 상황. 새해를 어떻게 채워 나갈 계획이냐는 물음에 이시원은 "연기적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은 당연히 있다. 배우로서 계속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늘 있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 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부족하더라도 계속 채워 가는 거에 초점을 맞추는 배우가 되려고 한다. 그래야 스스로 후회가 없을 것 같고, 그게 배우로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시원은 "올해에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연기적으로든 예능적으로든 교양이든 어느 분야에서든지 계속 제 모습을 보여드리되 좋은 기운을 드리고 싶다. 악역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극 전체적으로는 좋은 기운을 드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극적으로 재미를 주든, 아니면 저 자체가 주든 긍정적인 에너지를 드리든 사람들한테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제 다양한 모습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에는 제가 꼭 어떻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는 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지 않고 내 부족한 모습, 못난 모습, 다양한 모습도 받아들이고 이걸 미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제 모습 하나하나를 더 사랑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시원은 '마에스트라' 시청자들과 팬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행복은 남의 떠먹여 주는 수저 같다. 긴 숟가락이라 뜨기 어렵고 서로서로 떠먹여 줘야 먹을 수 있는 게 행복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서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때론 먼 사람에게 행복을 떠먹여 줄 수 있는, 그런 행복의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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