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선대위 기능 멈춰, 돌아오지 않겠다"..최악 자중지란

조권형 기자 2021. 12. 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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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선대위'서 전격 사퇴
"하극상 어느 누구도 교정 안해"
'논란' 조수진 만나지 않고 초강수
계속된 불통·혼선에 파국 치달아
"인적 쇄신 없는 한 갈등만" 지적
金, 총괄상황본부 중심 개편 시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상임선대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나고 있다. /권욱 기자
갈등을 일으켰던 조수진 의원이 사과를 위해 당 대표실을 찾았으나 이 대표를 만나지 못한채 나오고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조수진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과의 극한 갈등 끝에 선대위의 모든 보직에서 사퇴하는 강수를 뒀다. 이 대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만류에도 “이 선대위는 기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사퇴를 강행했다. ‘울산 합의’로 봉합됐던 선대위 내 갈등이 더 강력하게 폭발한 것이다. 선대위 지휘 체계의 난맥상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를 ‘항공모함’에 비유하며 총괄상황본부 중심의 전면 개편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조 공보단장이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말한 데 대해 사과해놓고서는 자신의 탄핵을 거론하는 유튜브 링크를 기자들에게 보냈다는 것이 핵심 이유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전 당 대표실을 찾은 조 공보단장을 만나지 않고 사퇴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도 이 대표에게 전화해 사퇴를 만류했으나 듣지 않았다.

이 대표는 조 공보단장뿐 아니라 선대위의 다른 인사들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내며 선대위 전체를 저격했다. 그는 “(조 공보단장의 불응에 대해) 어느 누구도 교정하지 않았다“며 “이 사태가 이틀간 지속됐다는 것은 선대위 내 제 역할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퇴에는 현안에 대한 선대위의 대응이 일사불란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관련 사안에 대한 대응 논의를 제안했으나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책임 있는 관계자가 모두 있는 자리에서 가장 최근의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자는 제 제안은 거부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윤 후보의 주도로 꾸려진 매머드급 선대위가 내부 의사소통에 실패하면서 난맥상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선대위는 최근 김 씨 관련 네거티브 대응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김 위원장과 윤 후보가 엇갈린 코로나19 메시지를 내는 등 혼선을 빚었다. 후보 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 중심의 비서실 조직과 각 총괄본부들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각종 사안을 조정·중재할 것으로 기대됐던 김 위원장의 친위 조직인 총괄상황본부의 역할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 대표와 조 공보단장의 자중지란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윤 후보의 리더십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앞서 이 대표의 항의성 지방 순회 때 울산을 전격 방문했던 것과 달리 이날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조 공보단장이 이 대표를 찾아가서 잘 정리할 것”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 후보의 뜻을 거슬러 사퇴를 강행했다. 뒤이어 조 단장도 선대위 공보단장·부위원장직을 내려놨다.

선대위 체제의 변화도 감지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대위 지휘 체계 개편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선대위를) 2주 가까이 관찰해보니 전혀 효율이 나오지 않는 비대한 조직”이라며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율할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친위 조직인 총괄상황본부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기는 것이 유력하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소위 기동헬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며 “종합상황실을 보다 강력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심도 있게 선대위를 끌고 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매머드급 선대위를 실무형 선대위로 바꾸는 인적 쇄신이 없는 한 이런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전망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매머드 선대위를 슬림화하지 않으면 잡음이 계속 나올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나선다면 실권을 잡고 조직을 다시 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난맥상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면 상황은 갈수록 악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규모 선대위를 꾸렸던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선대위도 표류를 했지만 이 후보 중심으로 선대위를 재편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던 지지율도 이 후보 중심의 선대위가 가동되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를 앞설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사퇴로 윤 후보의 지지율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외연 확장 및 지지층 결속과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다음 주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이 상당수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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