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 쿠팡, OTT 사업 뛰어드는 이유는

김은영 기자 2020. 7. 1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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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싱가포르 OTT 업체 훅 인수
쇼핑+동영상 콘텐츠 접목해 '한국판 아마존' 실현할까

10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싱가포르 동영상 서비스(OTT) 훅(Hooq)의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수가격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쿠팡은 "회사의 계획이나 루머에 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적극 부인하지도 않아 인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선 로켓배송 등으로 적자를 늘리고 있는 쿠팡이 성장세가 높은 OTT 사업을 추가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규모의 경제'를 따르는 이커머스 업태의 특성상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로 인한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돈 되는 사업을 확보하는 게 절실했다는 것이다.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을 지향하는 만큼, 아마존처럼 콘텐츠를 보강해 플랫폼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가설 1. OTT 사업으로 적자 메꿀까?
쿠팡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조15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64.2% 증가한 수치다. 영업손실은 7205억원으로, 전년 1조1276억원보다 36% 감소했다. 적자 폭을 크게 줄이기는 했으나 영업손실이 여전히 7000억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쿠팡의 주요 투자처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위워크 상장 실패 등으로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에 따라, 쿠팡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게 절실해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내세우는 로켓배송은 투자가 많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투자를 줄일 순 없으니, 돈 되는 사업을 인수해 적자를 메꾸는 전략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OTT 시장은 넷플릭스를 선두로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성장세가 더 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OTT 시장 규모가 2014년 1926억원에서 연평균 26.3%씩 성장해 올해 7801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올해 세계 OTT 시장 규모는 110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에는 1410억 달러로, 30% 가까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가설 2. 콘텐츠 결합해 ‘한국판 아마존’ 실현
쿠팡이 이번 인수를 계기로 콘텐츠 사업을 추가해 쇼핑 플랫폼을 강화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동남아에서 훅을 운영하며 콘텐츠 사업 노하우를 습득한 후, 국내에 들여와 쿠팡 플랫폼에 접목할 것이란 예측이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쇼핑과 콘텐츠를 결합한 사업자들이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대하는 중이다. 미국의 아마존은 OTT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미국 이커머스 시장을 점령했고, 중국 텐센트는 최근 말레이시아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플릭스(IFLIX)를 인수해 OTT 경쟁력을 강화했다.

국내에서는 IT 대기업 네이버가 쇼핑과 콘텐츠 등을 결합한 유료 회원제 '네이버 멤버십'을 출범해 이커머스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코로나 이후 급부상한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방송 판매)’를 선점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에선 "쿠팡이 라이브 커머스를 강화하기 위해 훅을 인수했다"는 설도 나온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이커머스 업체들은 가격과 배송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으나, 최근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를 앞세워 고객들을 묶어 두는 락인(Lock-in) 전략을 취하고 있다"라며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 1위(네이버 제외)지만 쇼핑 사업만 하기 때문에, 아마존이나 네이버에 비해 락인이 어렵다. 이번 인수는 콘텐츠 서비스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가설 3.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 진출 위한 포석 마련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 마련이란 의견도 있다. 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특히 동남아 시장의 성장세가 폭발적인 만큼 처음엔 훅에 한류 콘텐츠 등을 선보여 광고 수익을 내다가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 전자상거래 사업에 나설 거란 관측이다.

다만, 훅이 넷플릭스만큼 저력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훅은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 싱텔과 소니픽처스텔레비전, 워너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가 2015년 합작해 설립한 OTT 업체로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사업을 확대했다. 출범 당시엔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으나, 대형 OTT와의 경쟁에서 밀려 지난 3월 청산을 신청했고, 4월 말 서비스를 중단했다.

게다가 훅은 동영상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한 라이브 커머스 역량도 갖고 있지 않아 이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OTT 역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해 150억달러(약 18조2000억원)를 콘텐츠 제작에 쏟아부었다"라며 "훅이 현지에서 성공한 회사가 아닌 데다 국내에 알려진 것도 아니어서, 쿠팡이 훅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이를 통해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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